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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태권도

“동생을 때리던 소년… 아직 변하지 않았지만, 태권도에서 가능성을 보다”

무도비즈니스타임즈 안병철 기자 |

 

도장 문이 열렸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아이 옆에 서 있는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라 여행가이드였다.

영국에서 온 13살 소년, 아리프. 

 

그는 조용히 들어왔지만,
그의 눈은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감정이
그 눈 안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요?”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는… 나중에 오신다고 했습니다.”
“좀 더 오래 있다가 오라고 하셨어요.”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이후 전해 들은 이야기.

아리프는 집에서 한 살 어린 여동생을 자주 때리고 괴롭힌다. 동생은 형을 무서워하고,
아버지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떨어져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조금 더 힘들게 운동을 하며 무언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

 

처음 수련을 시작한 아리프는 예상대로 쉽지 않은 아이였다. 

✔ 감정이 먼저 올라왔고
✔ 지적을 받으면 표정이 굳었으며
✔ 자신의 방식대로 하려는 힘이 강했다

딱, 사춘기의 한가운데 서 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태권도는 아이를 억누르는 운동이 아니다. 반복 속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게 만드는 과정이다. “차렷.” “경례.” “다시.” 단순한 말들이 조용히 쌓여갔다.  그리고 오늘.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보였다. 수련 중, 순간적으로 올라오던 감정을 아리프가 스스로 멈췄다.

예전 같으면 바로 반응했을 상황에서 그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아직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다. 동생을 때리는 문제도, 감정이 쉽게 올라오는 성격도
그대로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벽한 변화’가 아니다. 

 

오늘, 그 아이는 처음으로 멈출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도자는 안다.아이의 변화는 하루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멈춤’은
그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는 아직 이곳에 없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아버지는 느끼게 될 것이다.

아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태권도는 아이를 단번에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의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그 방향은 결국 가정을 바꾸고, 관계를 바꾸게 된다.

 

오늘 도장에서 본 것은 
완성된 변화가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한 ‘시작’이었다.

 

 

“변화는 아직 없지만,
가능성은 이미 시작되었다.”